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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투쟁과 정규직 비정규직의 단결로 직접고용 활로 뚫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1-27
조회수
761

끈질긴 투쟁과 정규직 비정규직의 단결로 직접고용 활로 뚫었다
: 11.26일(화) 14시, <서울대·경북대병원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의 의미와 교훈> 토론회 열려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에 이어 강원대병원에 이르기까지 직접고용을 투쟁으로 쟁취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지만, 발전, 가스, 출연연구기관, 방송회관, 태권도진흥원, 생활폐기물·소각장 민간위탁, 톨게이트 수납노동자 등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의 투쟁은 이어지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사회적 요구는 높아지고 있으나 기업의 저항은 여전하고 정부는 소극적이며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어떻게 길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의 성과를 갈무리하고 이를 널리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는 토론회가 11월 16일(화) 14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렸다.







자회사의 전환의 거센 흐름에 파열구를 낸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동자의 투쟁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 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국립대병원의 직접고용 투쟁은,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의 투쟁, 철도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 투쟁과 함께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자회사 전환의 흐름을 멈춘” 점을 중요한 성과로 짚었다.

공성식 정책기획국장은 차별적 무기계약직이 아닌 차별을 최소화하며 제대로 된 정규직으로 전환한 점을 강조했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은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는 기존 직군으로 편재하고, 그렇지 않은 업무는 별도 직군을 신설하되 정규직과 유사한 승진과 승급 체계를 적용하거나 기본급 외 수당과 복리후생은 동일한 기준 또는 지급율이나 지급액만 일부 조정하여 차별을 최소화하였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전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따로 구분하여 직무별로 세분화되거나 승진이나 승급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임금, 직군 체계를 운영하고 제 수당과 복리후생에 있어서도 정규직과 차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계약직을 제대로 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상윤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원은 의료기관에서 비정규직, 특히 간접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그 피해가 환자와 국민이 져야 했다며, 공공병원부터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여 환자 안전 수준과 의료의 질을 높이고 위험의 외주화 경향에 제동을 걸며, 공공부문이 바람직한 고용자로서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합의가 병원의 노동을 필수/부수, 본질적/부차적 노동으로 임의적으로 나누어 후자에 대한 차별과 비정규직화를 당연시 해 온 사회적 경향에 제동을 걸었음을 높이 평가했다.


끈질긴 투쟁과 정규직 비정규직의 단결로 직접고용 활로 뚫었다

그렇다면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이 차별없는 직접고용을 쟁취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패널과 토론회 참가자 모두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하여 지난 이십여년 동안 끈질기게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지속한 점을 꼽았다.

서울대병원은 IMF를 겪으며 외주화와 기간제 고용을 확대해왔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이에 맞서 1999년 소아 급식 외주화 저지 투쟁을 시작으로 외주화 반대 투쟁, 기간제 정규직 전환 투쟁을 끈질기게 지속해 왔다. 매년 임단협 요구에 비정규직 철폐 요구가 포함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경북대병원은 93년 법인화 과정에서 세탁, 청소 업무가 외주화되었고 노동조합은 95년 시설 업무 외주화 반대 투쟁, 97년 기간제 대거 채용 반대 투쟁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외주용역을 철회시키기도 하고 기간제,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두 병원 모두 지난 이십년간 외주화 반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을 끈질기게 지속했다. 성과도 있었지만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두 병원의 노동조합은 결코 비정규직 철폐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김진경 서울지부장은 “만약 1999년 병원이 임금 삭감, 성과급제 도입과 함께 소아병원 외주화를 들이 밀었을 때 정규직이 자기 것만 지키고 외주화를 용인해주었더라면 오늘의 직접고용도 없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김경근 연구위원의 지적처럼 “그냥 포기하고 양보해버린 것이 아니라” 패배를 하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투쟁 끝에 어쩔 수 없이 뺏겼기에 “빼앗긴 것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외주화 철회, 비정규직 철폐의 주체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였고, 공통의 목표로 단결하여 투쟁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2006년부터 의료연대본부는 본격적으로 사업장 내 비정규직을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은 2007년 시설, 2008년 청소노동자를 조직했고, 경북대병원은 2006년 시설, 2012년 청소 노동자를 조직했다. 오래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가 조직되어 노동조합 활동을 해 왔기에 이번 전환 과정에서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나설 수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9년만 수 차례 파업 투쟁에 나섰다. 정규직 노동자의 뒤에 숨거나 기대지 않고 직접고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정규직 노동자 역시 또 하나의 주체였다. 엄진령 집행위원은 “정부는 정규직 노동자 혹은 노동조합을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노동’ 주체로서가 아니라 대립할 수 있는 이해관계의 한 축으로 간주”했고 실제로 여러 기관의 정규직들이 그렇게 움직이기도 했지만,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은 이 구도를 따르지 않고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조합 전체의 과제로 삼아 투쟁했고 그를 통해 정규직-비정규직을 분리하여 사고하는 정부 정책에 균열을 냈다”고 평가했다.
김경근 연구위원은 “정규직이 양보해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주장은 “비정규직이 있어야 정규직이 안전하다”는 논리를 깨기보다는 오히려 정규직 이기주의의 기본 논리에 조응하며 그러한 관점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접근은 ‘총임금’은 정해져있다는 자본의 논리의 영향력만 키우고, 노동-자본의 권력 관계를 바꿀 수 없다며 두 병원의 노동조합은 ‘정규직 양보론’이 아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 투쟁론’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을 실천으로 증명해 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적 토론과 평등한 조직 운영으로 일군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주체화와 단결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이라고 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에 대해 정규직들의 반대가 없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두 병원의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반발과 비판을 “외면하지도, 무시하지도, 방관하지도, 강압하지도, 추종하지도 않고”(김경근 연구위원) “소통과 토론을 위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하였다.”

두 병원은 월 1회 하루 종일 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집행부의 현장 순회와 간담회도 연중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현안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과 토론이 이루어진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역지사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비정규직의 업무가 중요도가 떨어져 비정규직이 당연하다는 인식에 대해, 지금 정규직 업무도 반드시 정규직이어야 하는 근거가 어디 있는가를 되묻는 식이다.
물론 다 설득이 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떨어져 나가는 경우 대부분 비정규직 문제는 표면적 명분인 경우가 많다. 이정현 대구지부장은 이번 합의 이후 현장의 반발을 우려했지만 실제로 탈퇴한 경우는 딱 1명이었다고 한다. 오랜 투쟁과 토론을 통해 형성된 조직 내 합의의 힘은 이렇게 컸다.

일찍이 산별 전환을 하면서 지역지부 중심으로 정규직 분회와 비정규직 분회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운영되어 온 것도 중요했다. 조합비를 통일하고 각종 회의와 운영을 같이 또 따로 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김경근 연구위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조합원들간의 친밀하고 익숙한 관계를 형성시킴으로써, 모든 조합원들이 서로를 평등한 존재이자 존중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현정희 본부장은 정규직 노조에서 돈과 사람을 내어 지역지부를 만들었기에 비정규직 조직화도 가능했고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등한 주체로 단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엄진령 집행위원은 서울대병원 뿐 아니라, 철도공사나 서울교통공사의 사례는 노동자들이 “갈등하고 대립하지만 토론의 과정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열고 그 폭을 계속해 확장해 나간다”며 “그 과정이 지난하고 힘들더라도 갈등을 두려워하거나 묻어 두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가 원칙 입장을 가지고 토론과 설득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범의 확산 위한 노조 역할이 중요

두 병원의 모범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가? 패널과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공운수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엄진령 집행위원은 “공공운수노조가 자회사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자기 입장을 가지고 현장을 조직”하고, 발전, 가스, 출연연구기관 등 자회사에 반대하며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투쟁, 철도 등 자회사 전환 이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모아내는 적극적인 기획”이 필요함을 제안하였다.
또한 두 병원의 외주화 철회 투쟁의 역사, 모범적인 현장 활동을 잘 정리하자는 제안(투쟁 백서 발간), 이를 일반화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를 개발하여 널리 확산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철폐는 정규직만의 일도 비정규직만의 일도 아니다. 모두의 일이고 모두가 주체다.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로 비정규직을 없애고 모두가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공공운수노조가 힘들더라도 끈질기게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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